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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부스 인 부스’로 집중도 올리고 내실 다진 2024 아트부산

2024-05-12 14:32

“벽마다 한 작가님의 작품들이 있어요. 작가님 한분 한분의 작품이 포커스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부스 디자인을 했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제13회 아트부산에 참여한 갤러리 이아(IAH) 관계자는 노아 엘 하켐, 이혜인, 재진, 제프리 가브리엘라 몰리나, 정수정 등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부스 인 부스’ 혹은 아티스트별로 벽으로 구분해 전시하는 디자인에 대해 “작가의 방”이라고 표현했다. 이아 뿐 아니라 올해는 적지 않은 아트부산 참가 갤러리들이 벽으로 구분해 미로처럼 혹은 선물상자나 비밀의 방처럼 부스를 꾸려 작품들을 선보였다. 각 갤러리 부스가 페어의 축소판인가 하면 선물상자 혹은 동화책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거나 극장의 무대처럼 꾸리는 등 다채로움으로 무장했다. 이에 대해 한 갤러리스트는 “솔로부스가 집중도를 높이기 때문에 작가와 작품을 어필하기 좋아서 국제적인 페어들도 한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추세”라며 “비슷한 맥락으로 여러 작가를 하나의 화이트 박스에 섞어 소개하기 보다는 따로 벽 혹은 방을 꾸려 전시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의견을 전했다. 부스 디자인의 변화와 더불어 지난해(22개국 145개 갤러리) 보다 참가 갤러리 수(20개국 129개)를 줄여 전시장 전체는 쾌적해졌다. 부스 열과 열 사이가 넓어져 사람들과 부대끼는 불편함은 대폭 감소했다. 동시에 15억원 안팎의 애니시 카푸어(Anish Kapoor) 작업을 비롯한 수억원대 대가들의 작품부터 합리적인 가격대의 신진 및 중견 작가들을 선보이는 등 작품군도 다채로워졌다. 관람객 편의시설도 페어장 벽쪽에 자리 잡은 음식 및 음료(F&B) 구매공간과 페어장 통로에 설치된 길다란 의자 형 구조물로 휴식공간을 따로 제공하던 지난해와는 달랐다. 올해 아트부산은 페어장 중앙에 스퀘어를 조성해 해리단길(구 해운대 역 인근에 조성된 핫플레이스)의 유명 디저트카페 프루토 프루타, 카멜 커피, 대보름 등 부산지역 F&B 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편의시설을 마련했다. 이에 관람객들이 페어장에 머무는 시간은 늘었고 차분하게 작품들을 둘러보는 분위기였다. 더불어 벽쪽으로는 부산 지역 맛집 및 볼거리 지도들로 꾸려 페어와 더불어 부산 지역 전체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아트부산 현장 경험을 온라인으로 확장시킬 애플리케이션 아트라운드(Art Round)를 신규 론칭하는가 하면 지난해 서울에서 막을 올린 ‘디파인 서울’(Define Seoul)의 일부를 선보이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아시아 아트신의 연대’ ‘현시대 여성 아티스트’를 테마로 홍익대학교 주연화 교수가 디텍터로 나서 꾸린 아트부산의 9개 특별기획전 ‘커넥트’(Connect)는 참여 갤러리 부스 사이사이에 자리 잡고 환기 혹은 포인트 역할을 했다. 따로 구분 짓기 보다는 갤러리들 사이에 자리잡은 9개의 특별전시는 쿠사마 야요이, 정강자, 샤오루 등 아시아 현대미술 1세대를 대표하는 여성작가와 신디 셔먼, 제니 홀저를 조명하는 ‘허스토리’(Herstory), 얀 레이(Yan Lei), 마 슈칭(Ma Shuqing), 탄 핑(Tan Ping) 등과 더불어 주진스(Zhu Jinshi)의 가로 4.8m, 세로 1.8m의 대형 연작 등을 선보인 ‘포커스 아시아: 차이나’, 조현화랑의 강강훈, 앤 갤러리의 장 보고시안(Jean Boghossian), 갤러리 이배의 유명균, 서린 스페이스의 정은주, 김덕희, 존 지오르노 그리고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아트 악센트’(Art Accent) 등이다. 판매도 호조세다. 국제갤러리는 프리뷰 첫날이던 9일 하종현, 안규철, 이희준, 우도 론디노네, 장 미셸 오토니엘 등의 억대 작품을 판매했고 학고재 역시 길후 작가의 작품들을 판매했다. 어쩌면 2024년의 아트부산은 과도기인지도 모른다. 방문객수와 매출 수치에 목매기 보다는 아트페어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인 새로운 작가와 작품들의 조명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내실을 다지는 해이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으로 유명작가 및 대가들의 작품들이 중복되던 이전과는 달리 새롭게 선보이는 신진, 중견 작가들의 작품들도 늘었다. 이에 절대적인 수치로는 하락세처럼 비춰질지도 모른다. 이를 감수하면서 관람객과 매출 보다는 성장가능성에 투자하는 진정한 예술장터로의 변화를 꾀한 아트부산에 박수를 보낸다.부산= hurlkie@viva100.com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

[B그라운드] 현대인들의 하수구 같은 욕망들, 어쩌면 오컬트! 양정웅 연출, 황정민의 연극 ‘맥베스’

2024-05-11 17:30

“제가 고전극을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어릴 때 선배님들이 하던 고전극들을 보고 자라고 공부하면서 정말 기본이라는 걸 배웠기 때문입니다. ‘맥베스’는 그 의미가 함축돼 있는 작품이죠. 그래서 우리 후대들이 해석하고 공부할 거리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오이디푸스’ ‘리차드3세’에 이어 ‘맥베스’(Macbeth, 7월 13~8월 18일 국립극장 해오름)로 무대에 돌아올 황정민은 10일 서울 중구 소재의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고전의 힘을 강조했다. 더불어 “관객들에게도 고전극들이 정말 재밌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우리가 하자 했다”고 전했다. 황정민은 맥베스라는 인물에 대해 “한 마을의 영주였는데 ‘당신이 왕이 된다’는 그 말도 안 되는 예언에 현혹돼 탐욕과 욕망의 끝으로 가는 인물”이라며 “그냥 구청장이었는데 대통령이 되려는 인물”이라고 비유했다.“그 탐욕의 끝으로 내달리며 결국 자기 무덤을 파게 되는, 죽음을 앞에 두고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인물이죠. 몇백년 전에 셰익스피어라는 사람이 요즘에 나와도 될 법한 얘기를 써서 관객들과 소통했다는 게 신기하고 지금까지 계속 화두가 된다는 게 할수록 재밌습니다.“‘서울의 봄’ ‘아수라’ 등에서 욕망의 끝으로 내달리는 인물들을 연기해온 황정민은 “맥베스로서는 또 다른 욕망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하면할수록 어렵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며 “어떤 식으로 관객들한테 보여줄지 저 역시 스스로한테 기대 중”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맥베스’는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황정민)가 ‘왕이 될 것’이라는 마녀들의 예언에 현혹돼 권력을 좇다 파국에 이르는 여정을 담고 있다. 그 여정에는 레이디 맥베스(김소진)의 부추김, 덩컨 왕(송영창)을 비롯해 위협이 되는 뱅코우(송일국), 맥더프(남윤호)와 그 가족들을 몰살하는 광기 그리고 그들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들이 함께 한다. ‘파우스트’ ‘오이디푸스’ ‘리차드3세’ ‘로미오와 줄리엣’ ‘해롤드 앤 모드’에 이은 샘컴퍼니의 6번째 연극 ‘맥베스’는 ‘파우스트’ ‘코리올라누스’ ‘페리클래스’ ‘로미오와 줄리엣’ ‘해롤드 앤 모드’ 등의 양정웅 연출작으로 ‘오셀로’ ‘레드’ ‘가족이라는 이름의 부족’ 등의 여신동 무대미술 및 조명디자이너가 힘을 보탠다. 칼을 휘두러 정적들을 몰살시키며 왕관을 차지한 맥베스와 그를 부추긴 레이디 맥베스를 시각화한 포스터는 이와이 슌지가 극찬한 세계적인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 작품이다. 양정웅 연출은 ‘맥베스’에 대해 “20년만에 도전하는 작품”이라며 “셰익스피어스러운 아름다운 대사와 압축된 완성도를 내는 이 마지막 비극을 전통에 가깝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현대적인 미장센과 함께 멋있게 만들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욕망의 끝으로 달려가는 인물들, 그 욕망의 끝을 통해 얻어지는 상실감과 죄책감 그리고 양심의 문제 등 인간의 원형을 너무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죠. 현대인 역시 그렇게 유사한 욕망들과 죄책감, 양심의 문제 속에서 얼마나 허덕이는지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많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제 삶을 또 반추하면서 셰익스피어의 언어와 문학적 수사,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인간 본성의 표현들을 잘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어 무대에 대해 “여신동 감독과 매 장면 시그니처가 될 수 있도록 시각적인 장면들을 연구 중”이라며 “굉장히 현대적인 비주얼로 꾸미고 있다”고 귀띔했다.“맥베스만의 욕망을 가득 모아놓은 창고처럼 현대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폐허 속 하수구 같은 기괴한 공간, 마녀와 어마어마한 유령의 등장 등 장르로 치면 오컬트입니다. 오컬트적이고 판타지적인 요소들로 현대인들의 하수구 같은 욕망들을 표현해보고자 합니다.”올 여름에는 양정웅 연출, 황정민, 김소진, 송일국 등의 ‘맥베스’를 비롯해 동아연극상 수상자이자 대한민국 연극계의 산 역사와도 같은 배우들 24명이 의기투합한 손진책 연출의 ‘햄릿’(6월 9~9월 1일 홍익대학교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과 전도연, 박해수 등의 ‘벚꽃동산’(6월 4~7월 7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 등 대극장 연극들이 관객들을 만날 채비에 한창이다. 치열한 여름 대극장 연극 열전에 대해 황정민은 “늘 부담이 있다”면서도 “근데 중요한 건 연극이라는 작업은 오히려 저 개인에게는 힐링의 시간이고 공간이라는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저한테는 너무너무 행복한 시간이에요. 물론 영화를 찍을 때도 행복해요. 하지만 결이 다른 것 같거든요. 오롯이 배우로서 힐링하고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느낌은 다르니까요. 늘 부담을 느끼면서도 관객분들을 빨리 만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담이 좀 덜 되기도 하죠.”송일국은 연극하는 소감에 대해 “오늘 제작 발표회를 하는 이 장소(국립극장 하늘극장)가 제가 첫 연극을 했던 장소다. 제 배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며 “제가 봤던 작품 중 인생작이 2016년 우리 ‘맥베스’가 공연될 해오름 극장에서 했던 ‘햄릿’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성녀·박정자·손봉숙·손숙·유인촌·윤석화·전무송·정동환·한명구) 선배 배우들이 빈 객석을 등지고 서 있는 마지막 장면에 제가 목 놓아 울었어요. 그 배우들이 살아온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어요. 배우만 느낄 수 있는 그 감정이 있거든요. 빈 객석을 바라봤을 때의 두려움, 설렘, 긴장감 등 그 짧은 시간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지나가면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무대에 제가 발을 디디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설레고 영광스럽습니다.” 황정민은 제작발표회 말미 지난 3월 15일 폐관한 학전과 김민기에 대한 애끓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1994년 학전의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해 지금까지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제가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며 허투루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학전”이라며 “얼마 전 TV 프로그램(SBS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에 나왔듯 (김민기) 선생님은 늘 스스로를 ‘뒷것’이라 얘기하셨다. 그런 겸손함을 배워왔기 때문에 샘컴퍼니에 소속된 젊은 후배들을 열심히 뒷바라지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얘기를 잘 안 하려고 해요. 그래서 SBS 다큐멘터리도 안봤어요. 마음이 너무 아파서 못 보겠더라고요. 하지만 결과가 그렇게 된 거니 어쩔 수 없는 거고 선생님의 그 정신을 제가 계속 잘 품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hurlkie@viva100.com연극 ‘맥베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뱅코우 역의 송일국(왼쪽부터), 레이디 맥베스 김소진, 맥베스 황정민, 양정웅 연출(사진제공=샘컴퍼니)연극 ‘맥베스’ 맥베스 역의 황정민(사진제공=샘컴퍼니)세계적인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의 작품인 연극 ‘맥베스’ 포스터(사진제공=샘컴퍼니)연극 ‘맥베스’ 양정웅 연출(사진제공=샘컴퍼니)연극 ‘맥베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뱅코우 역의 송일국(왼쪽부터), 레이디 맥베스 김소진, 맥베스 황정민(사진제공=샘컴퍼니)

[B그라운드] 살아 있지만 죽은, 죽은 채로 살아 있는 사령들의 연극 ‘햄릿’, 삶에 대한 철학적 고찰

2024-05-10 21:17

“지난번에는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살아 있는 채로 죽어 있는 또 죽은 채로 살아 있는 듯한 비존재의 존재인 사령들의 연극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그 미로 속을 배우들과 잘 해치면서 만들고 있죠.”손진책 연출은 24명의 배우들과 한창 준비 중인 연극 ‘햄릿’(6월 9~9월 1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생각으로 그 경계를 한번 더 적극적으로 허물어보자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배우들을 사령들처럼 연결하고 무당 개념의 배우 1, 2, 3, 4가 건너와 그들을 보게 했죠. 그만큼 삶을 어떻게 진지하게 살아야 하는지를 추궁함으로서 삶을 반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이어 손 연출은 “진실을 묵살하고 비겁하게 산다면 그건 살아도 죽은 거고 곧바로 죽음을 맞을지언정 진리를 따르며 제대로 존재하는 것이 사는 것”이라며 “진실을 비겁하게 외면하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남는 사르트르 식 실존주의의 원형을 풀어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자유스럽게 넘나들 수 있는 건 예술밖에 없습니다. 삶과 죽음에 경계가 없다면 삶 자체가 다시 보이지 않을까, 그래서 어쩌면 인간이 어떻게 삶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해보고 싶었어요.”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햄릿’은 2016년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 9명(김성녀·박정자·손봉숙·손숙·유인촌·윤석화·전무송·정동환·한명구,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배우가 론칭해 2022년 햄릿 강필석과 오필리어 박지연을 영입한 데 이어 또 다시 공연을 준비 중이다. 지난 시즌 함께 한 강필석과 김성녀·박정자·손봉숙·손숙·전무송·정동환·김명기·길해연·이호철에 햄릿 역에 이승주, 오필리어 역에 f(X) 루나 그리고 김재건·길용우·남명렬·박윤희·박지일·양승리·이충주·이호재·이항나·전수경·정경순·정환이 새로 합류했다. 손진책 연출은 강필석과 이승주의 햄릿에 대해 “외향적 사유형과 내향적 사유형, 아폴론과 헤르메스적인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니체가 (1872년 출판해 바그너에게 헌정한) ‘비극의 탄생’(Die Geburt der Tragodie aus dem Geiste der Musik)에서 아폴론적 인물과 헤르베스적 인물로 분류합니다. 이를 빌자면 외향적 사유형의 강필석은 아폴론적 인물이고 내향적 사유형인 이승주는 헤르메스적인 햄릿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박철호 드라마트루기의 말을 빌어 강필석은 “그리스 조각같은 햄릿” 그리고 이승주는 “슬픈 코러스의 선율이 흐르는 햄릿”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곤 “강필석 배우는 대사의 파워나 정교함이 그리스 조각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면 이승주 배우는 슬픈 코러스의 노래를 연상시키는 햄릿”이라고 부연했다. 2016년 초연부터 세 번째까지 함께 하고 있는 손숙은 “이 작품을 하면서 고전의 힘이라는 게 이렇게나 크다는 걸 새삼스레 느끼고 있다”며 “너무 무궁무진해서 세번을 했지만 50%나 이해했나 싶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런 세계들이 있다는 것 그래서 고전은 하면할수록 재밌고 깨달아 간다는 느낌입니다. ‘햄릿’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 같아요. 여기 등장하는 모든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 하나하나를 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hurlkie@viva100.com연극 ‘햄릿’ 출연진과 창작진(사진제공=신시컴퍼니)연극 ‘햄릿’ 손진책 연출(사진제공=신시컴퍼니)연극 ‘햄릿’ 포스터(사진제공=신시컴퍼니)연극 ‘햄릿’의 햄릿 역 이승주(왼쪽)와 강필석(사진제공=신시컴퍼니)

[비바100]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 “뉴욕의 머스트 비지트 데스트네이션을 꿈꾸며!”

2024-05-10 18:00

“뉴욕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도시예요. 하나의 국가라고 할 수 있죠. 옛날로 얘기하면 로마랄까요. 모든 돈과 권력, 사상이 거기에 있어서 로마가 로마일 수 있었죠. 그래서 뉴욕도 뉴욕입니다. 자본, 생각 및 사상의 힘과 더불어 다양성이 존재하고 끊임없이 다이내믹하게도 변화하죠.”제일기획 부사장을 거쳐 CJ라이브시티 대표를 역임한 기업가 출신의 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은 뉴욕에 대해 이렇게 빗대며 “공략이 쉽지 않지만 정말 열려 있는 시장”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누구든 능력 있고 재주만 있으면 경쟁을 통해 위너가 될 수 있는 그런 도시”라고 부연했다. “여기도 주류(Dominant 우세한, 지배적인) 문화가 당연히 있어요. 하지만 그 옆으로 같이 가는 문화들도 정말 많죠.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모든 걸 삼키면서 흘러가지는 않아요. 인종도, 그 인종들이 쓰는 언어도, 생활 습관도, 문화도 다양해요. 그런 것들이 다 같이 가는 겁니다.”◇모든 노력의 총합 한류 “한국에서 성공하면 밖에서도 성공한다는 자신감!” “주류, 서브컬처 등은 있지만 누가 옳고 그르다거나 이곳의 룰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어요. 미슐랭 3성급 레스트랑부터 길거리 음식까지 공존하는 다양성이야말로 뉴욕의 가장 큰 장점이죠.”그 다양성 중 한 지류가 K컬처, 한류다. 김 원장은 “지난해가 힙합 50주년이었다. 그 시작은 다양성을 품은 하나의 지류였고 현재는 엄청난 주류가 됐다”며 “한류 역시 1990년대 시작돼 싸이와 ‘대장금’으로 본격 인식되다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들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가 유통되면서 지금의 붐을 이뤘다”고 밝혔다.“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지금의 한류가 일시적인 현상일까’예요. 1990년대와 지금의 한류가 다른 건 K팝, 드라마, 영화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문화, 패션, 푸드, 뷰티 등으로 확장돼 라이프 스타일이 됐죠. 일상을 파고들어 삶의 일부가 되면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콘텐츠의 영향력이 확장되면서 산업 유발 효과를 높이죠.”그 예로 “뉴욕에만 7개에 이르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한국 음식점들”을 꼽은 김천수 원장은 “K컬처가 현재 확실히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하나의 흐름이라는, 일종의 상징성”이라고 표현했다. “김치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 혐오 음식이었지만 인식이 완전 바뀌었죠. 건강하고 세련된, 유니크한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가 됐어요. 김치를 비롯한 라면, 김밥, 비빔밥, 막걸리에 이어 수정과, 식혜 등 디저트까지 한국 걸 찾고 있죠.”그리곤 “지금의 한류는 드라마 하나, 노래 하나 잘 만든다 차원이 아니다. 태생부터 글로벌로 향하는 한국의 기업, 예술가, 창작자, 문화인, 기업인 그리고 국민 전체가 글로벌 트렌드, 그들이 갈구하는 새로운 경험과 수요 등을 분석하고 고민한, 모든 노력의 총합이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전했다. “그 노력의 총합인 한국 자체가 글로벌 경쟁력을 만들어냅니다. 우리에겐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말한 것처럼 까다로우면서도 스마트하며 그 수준이 높은 콘텐츠 소비자들이 있어요. 한국에서 성공하면 밖에서도 성공한다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어 “이미 한국은 경제 뿐 아니라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상태로 글로벌 경쟁 체제 안에 들어와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전언처럼 방탄소년단 등 K팝, ‘오징어게임’ ‘파친코’ 등의 드라마, ‘기생충’ ‘미나리’ 등 영화를 비롯해 한국 문학까지 글로벌어워즈 수상 소식을 전해 오고 있는가 하면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 서희, 유명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Hamilton)에서 아시아계 배우로는 최초로 주역을 맡은 스테파니 박, 카네기홀 리사이틀을 진행한 손민수 등 뉴욕에만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거나 주목받는 한국인이 적지 않다. “소위 ‘쫄’ 필요가 없어요. 우리 문화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거고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약진할 거예요. 이를 위해서는 건전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주는 게 기본입니다. 그게 제일 중요한 동력이 아닐까요.”◇한국의 정신 담은 새 문화원 건물 “뉴욕의 머스트 비지트 데스티네이션을 꿈꾸며!”“대한민국 5000년 역사의 3대 소재인 도기, 자기, 나무를 콘셉트로 합니다. 세라믹 느낌의 자기, 테라코타 도기, 그 위에 나무를 유리로 케이싱해 한국의 정신, 얼을 맨하튼 미드타운에 가져다 놓은 건물이죠. 한국의 문화유산이고 현재이자 미래를 담았습니다.”5년여 끝에 완공해 올 2월 옮겨온 7층짜리 뉴욕한국문화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김 원장은 “빠른 시간 내에 뉴욕시민을 비롯해 이곳을 찾는 8000만 관광객들이 반드시 방문해야할 ‘머스트 비지트 데스티네이션 인 뉴욕’(Must Visit Destination in New York) 그리고 진짜 한국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꾼다”고 털어놓았다.“이곳에서의 경험이 좋으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호감도도 높아지겠죠. 그러다 급기야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아져야죠. 이 건물을 짓기 시작한 5년 전이라면 다양한 콘텐츠들을 프로그래밍할 수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가능해졌죠. 전시, 공연 등의 기획·상설 프로그램 운영과 더불어 인스타그램 용 사진을 찍기 좋은 공간을 올해 안에 10개 정도 조성하고자 합니다.”이를 위해 김환기 특별전(5-6월), 한예종 이진희 교수의 ‘영화 속 한복전’(7-8월), 강익중 특별전 및 세계최대 한글벽 전시(9-10월), 내년 초 장욱진展 등의 전시와 최하영 첼리스트 마스터 클래스(6월), 국악경연대회(7월), K-인디뮤직 나이트(7월) 등 공연, K-Cine Fest(2-3월)와 한국단편영화제(4월)에 이은 아시아영화제(7월) 등 영화 프로그램 기획이 한창이다.현재 포토AR기능을 탑재한 인스타 스팟으로 리뉴얼 중인 4층의 부엌과 마루에서는 유엔직원을 대상으로 한 ‘한국 김밥의 밤’(3월)에 이어 한식 요리시연 및 시식회 ‘The Base of Korean Cuisine: Fermentation & Rice’(5월) 등이 열릴 예정이다.“5월 하순에는 2층 정원수들을 한국 화초들로 바꿀 겁니다. 봉숭아도 있어서 봉숭아 물들이기 체험이나 쪽을 활용한 천연염색도 할 수 있죠. 뉴욕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과 층계참 벽화도 보완하고 태극기를 새로 디자인해 버티컬 방식으로 건물 외관에 노출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그는 올 가을 오픈 예정인 ‘한글 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층 벽면 중 하나를 한글로 채우는 ‘한글 벽’은 그가 뉴욕한국문화원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다. 2주에 한번씩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지난해 9월 아이디어를 완성한 상태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문화유산 중에 제일 중요한 게 한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이 없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거예요. 이 벽에 한글 조각 2만개가 들어갈 겁니다. 번역 시스템까지 탑재돼 있어 어느 국적이든 어떤 언어를 쓰는 사람이든 자신의 이름과 하고 싶은 말을 한글로 공모할 수 있죠. 공모를 통해 모인 것들은 참여자들이 ‘좋아요’를 누르는 방식으로 투표해 1000개의 문장을 추려 ‘한글 벽’에 새길 예정입니다.”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LG가 시스템 개발에 발벗고 나섰고 한국의 양현재단이 한글 디자인 및 바탕 색 제작비를 후원했다. 그렇게 십시일반으로 힘과 자본을 모아 진행 중인 ‘한글 벽’은 김 원장의 전언처럼 “키오스크를 설치해 뉴욕한국문화원을 방문하는 사람은 누구나 미디어 월에 자신의 이름과 하고 싶은 말을 남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렇게 전세계인이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참여를 통해 한글의 원리, 우수성 그리고 글이 담고 있는 정신을 알 수 있도록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해 차별화된 한국을 경험하고 한국에 대한 이해도나 호감도가 높아지기를 바랍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에 가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끔요.”이어 김 원장은 “이 공간을 중심으로 한국인 특유의 ‘사고적 리더십’(Thought Leadership, 차별화된 독창적인 아이디어, 독특한 관점 및 새로운 통찰력을 가진 리더십)을 자랑하고 싶다”며 “백남준 같은 위대한 예술가의 힘은 그로 인해 ‘저 나라는 멋진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서 나온다”고 부연했다.“그러기 위해서는 백남준 선생님과 같은 글로벌 거장과 더불어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세계관을 뉴욕에 론칭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공간이 돼야죠. 그렇게 다양한 콘텐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며 명소로 자라매김할 겁니다. 이를 통해 한국 문화가 가진 사고적 리더십을 알리고 뉴욕의 코리아타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자존감과 자긍심도 높이고 싶습니다. 그게 저희 문화원이 할 일이죠.”뉴욕= hurlkie@viva100.com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사진= )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사진= )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사진= )올 2월 새로 이사한 뉴욕 한국문화원 건물(사진제공=뉴욕 한국문화원)뉴욕 한국문화원 2층 전시장에 자리잡은 정원은 5월부터 한국 화초들로 꾸릴 예정이다.(사진제공=뉴욕한국문화원)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사진= )

[비바100] 익숙하지만 낯선, 가장 비극적인 결말로 가는 지금! 매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2024-05-08 18:30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제가 앞으로 선보여야 할 작품으로 자주 언급되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업을 꽤 오랫동안 미뤘죠. 오페라, 발레, 영화, 공연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이미 많이 다뤄진 작품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언젠가는 이 놀라운 프로코피예프 음악을 기반으로 (제 댄스컴퍼니) 뉴 어드벤처스만의 작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죠.”세계적인 안무가 매튜 본(Matthew Bourne)의 말처럼 영국 거장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은 다양하게 창작되고 변주되며 소비돼 왔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 곳곳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끊임없이 무대에 올려지고 변주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 주체가 매튜 본일 때는 좀 다른 기대를 가지게 된다. “해답은 간단했습니다. 젊은 무용수들, 모든 부문의 젊은 창작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를 만들었죠. 어린 두 남녀가 겪는 궁극의 첫사랑을 그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젊은 세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재능과 그들의 시각에서 영감을 얻어야 했어요. 새로운 세대를 위한, 또 새로운 세대에 관한 ‘로미오와 줄리엣’이죠.” 매튜 본은 남성무용수들로만 표트르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의 ‘백조의 호수’(The Swan Lake)를 꾸리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현대적 뱀파이어 이야기로, 오페라 ‘카르멘’은 자동차 정비소를 배경으로 한 ‘카 맨’으로 변주하는 등 고전을 혁신적으로 재해석하며 명성을 쌓아온 안무가다. ‘백조의 호수’ ‘카르멘’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비롯한 ‘호두까기 인형’ ‘신데렐라’ ‘레드 슈즈’ 등 고전은 물론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한 ‘가위손’, 뮤지컬 ‘올리버’ ‘메리 포핀스’ 등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영국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 어워드 최대 수상자(9회)이자 미국 토니상 최우수 안무가상, 최우수 연출가상 등 40여개의 글로벌 시상식 수상자로 이름이 불렸다.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셰익스피어를 들어내는 작업”의 연속이었던 ‘로미오와 줄리엣’(5월 8~19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은 셰익스피어 작품의 정수로 여겨지는 시에 가까운 ‘대사’ 보다 음악에 집중한 작품이다. 작곡가 테리 데이비스와 15인조 앙상블이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가 남긴 51개의 오리지널 스코어 중 30곡을 추려 순서를 재배치고 5곡의 신곡을 추가해 변주한다. “저에게는 프로코피예프의 믿을 수 없는 악보가 있었어요. 정말 현대적인 영화음악과도 같고 많은 부분에서 환상적인 댄스음악이죠. 그 음악을 대본으로 활용했어요. 셰익스피어의 원작처럼 첫사랑이 서사의 중심이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지만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습니다. 현재 혹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결말로 가는 곳곳에 예상치 못한 놀라움이 숨어있죠.”원작에서 원수 집안의 자녀로 파티에서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졌던 로미오와 줄리엣은 ‘문제아’로 낙인찍힌 청소년들을 ‘교정’이라는 명분 아래 감금하는 상상의 공간 ‘베로나 인스티튜트’에서 조우한다. 새하얀 타일로 둘러싸여 경비원들의 규율과 통제가 삼엄한 베로나 인스티튜트에 대해 매튜 본은 “이곳은 소년원일까요? 학교? 감옥? 병원? 아니면 모종의 잔혹한 사회 실험이 자행되고 있는 곳? 이는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뒀다”고 밝혔다.“공연의 배경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어떤 지점으로 특수한 역사적 배경이나 맥락도 없습니다. 어쩌면 이 청년들이 갇힌 이유는 그들이 사회가 장려하는 가치에 순응하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전복적으로 보이는 행위를 ‘정상화’하기 위해 또는 부모에게 창피한 존재여서 그 곳으로 보내진 것은 아닐까요?”이처럼 상징적인 베로나 인스티튜트를 배경으로 어린 연인의 비극적 로맨스와 더불어 약물중독, 트라우마, 우을증, 학대, 성 정체성 등 현대 젊은 세대가 맞닥뜨린 갈등과 혼란을 담는다. “뉴 어드벤처의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때로 보기 힘든 장면들이 있습니다. 특히 줄리엣의 참혹한 이야기가 그렇죠.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현실과 그 비극적 결과를 직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심각하고 현대적인 주제들을 정직하게 다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죠.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 놀랍지 않을 만큼 추하고 유혈이 낭자하고 원초적입니다.”이는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순정, 극단적 선택, 여성을 대하는 방식 등 지금 시대에 자칫 오해하기 쉬운 이야기의 변주 이유기도 하다. 그가 “그 어떤 버전보다도 비극적이며 어쩌면 원작보다 가슴이 미어질지도 모를” 변주를 통해 “자신 안의 악마와 싸우는 강한 줄리엣, 경험이 부족하고 별난 로미오, 동성 커플, 감정적 깊이가 있는 악당 그리고 폭력과 그 결과에 대한 진실된 묘사”가 탄생했다.로미오 역의 파리스 피츠패트릭(Paris Fitzpatrick), 로리 맥클로드(Rory MacLeod), 잭슨 피쉬(Jackson Fisch)와 줄리엣 모니크 조나스(Monique Jonas), 브라이어니 페닝턴(Bryony Pennington), 한나 크레머(Hannah Kremer) 등 매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젊은 무용수들이 대거 발탁됐다. 이에 대해 매튜 본은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듣고 싶었다”며 “오늘날 세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과 젊은이들만이 가져올 수 있는 에너지와 통찰력을 원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매튜 본은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역사상 가장 긴 키스신’이 포함된 ‘발코니 듀엣’과 마지막을 꼽았다. 발코니 듀엣에 대해 매튜 본은 “캐릭터들이 진정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첫 순간”이라고 전했다. “젊은 사람들이 사랑에 빠질 때는 매우 강렬해요.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그 젊은 감정과 흥분을 포착해 관객들이 청소년 시절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를 기억하기를 바랐습니다. 첫사랑은 때때로 어색하고 탐구와 발견의 흥분으로 가득하죠. 서로에게서 한 순간도 손을 떼지 못하고 끝없이 서로를 더듬으며 첫 키스로 나아가잖아요.”이에 “볼이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추는 흔한 방식이 아닌 도전적인 안무를 선보이고자 무용 역사상 가장 긴 키스신을 만들었다”며 “두 사람이 영원히 끝나길 원치 않는 순간, 관객들 모두가 간직한 그런 청춘의 추억을 포착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매우 생생하고 충격적인 장면”이라는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플롯에 큰 반전을 가미한 비극적인 사건들이 펼쳐진다. 지극히 현실적이며 깊은 감동을 준다”고 귀띔했다. 익숙한 고전의 재해석으로 무용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는 데 힘을 쏟아온 그는 “많은 이들이 일종의 비밀 언어를 이해하거나 많은 정보를 미리 읽지 않으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저의 작업 방식은 사전 지식 없이도 따라갈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제 일이에요. 관객도 그들의 본능을 믿어야 합니다! 옳고 그름은 없어요. 각 개인이 보는 것뿐이죠.”LG아트센터를 시작으로 부산 드림씨터어(5월 23~26일) 그리고 중국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타이베이, 가오슝 등 투어 후 매튜 본은 여름 뮤지컬 ‘올리버!’의 새로운 프로덕션 연출과 하반기 새로운 캐스트들과 꾸릴 ‘백조의 호수’로 행보를 이어간다. hurlkie@viva100.com매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장면.(사진제공-LG아트센터)‘로미오와 줄리엣’ 안무가 매튜 본.(사진제공=LG아트센터)매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포스터(사진제공=LG아트센터)매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장면.(사진제공-LG아트센터)매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장면.(사진제공-LG아트센터)매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장면.(사진제공-LG아트센터)

[데스크 칼럼] 진정한 ‘멀티’, 결국 다양성과 자율성의 문제

2024-05-07 14:02

결국 다양성과 자율성 그리고 독자성 부재 혹은 불허의 문제다. 뉴진스를 키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 제작자이자 자타칭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와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Big Hit Entertainment)를 시작으로 엔하이픈, 아일릿의 빌리프랩, 르세라핌의 쏘스뮤직, 세븐틴 등의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지코(ZICO)가 이끄는 케이오지(KOZ) 엔터테인먼트, 이타카홀딩스 등 다양한 레이블들을 산하에 둔 하이브 간 격전이 연일 화제다. 최근 몇년 간 K팝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결의 열풍을 이끌며 급성장했다. 국가경제든 특정 시장이든 급격한 성장에는 늘 그렇듯 그 빠른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불거지는 문제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K팝 산업 뿐 아니다. 선진시스템인 브로드웨이 제작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알음알음’ 라인이 존재하는 캐스팅 문화, 배고파야만 한다는 비틀린 예술주의, 저작권과 창작권에 대한 인식부족, 가족주의와 감정에 호소하는 극단 마인드 등이 잔재처럼 남아 있는 공연계 역시 마찬가지다. 비슷한 극들이 양산되고 소수 배우들이 여러 작품에 동시 출연하는 등 다양성은 사라지고 기회의 균등을 해치는가 하면 임금체불 문제 등이 끊임없이 불거진다. 원작자나 초연에 참여했던 창작진이 해당 공연이 올라가는 사실도 모르는 심각한 저작권 침해, 창작진에 대한 예우 부재 등의 현상도 난무 중이다. 이 또한 성장통이자 필수불가결한 과정이기도 하다. 이는 현재 갈등이 불거진 하이브 뿐 아니라 지난해 초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을 벌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다. 하나의 기업이 다양한 형태의 군소 레이블을 운영하는 하이브의 멀티레이블은 해외 음악산업에서는 꽤 오래도록 이어온 흔한 방식이다. 유니버설 음악이 그렇고 소니뮤직이 그렇다. 신생 레이블 론칭, M&A, IP확보, 투자, 합작 등 어떤 방식으로든 다양한 레이블들을 산하에 둠으로서 사세를 확장하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더불어 사업 공백기를 최소화한 수익 안정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초기 회사의 수익 대부분이 방탄소년단에 ‘편중’돼 불거진 위기론을 타파하는 데도 꽤 유효한 전략이었다. 다만 이는 모기업과 레이블 간 긴밀한 소통과 수평적 구조 그리고 레이블마다의 독자성, 다양성의 확보, 건전한 경쟁체제, 자율성의 허락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경영권 탈취 시도 및 배임 혐의, 이로 인한 대표직 해임 타탕성, 무속인의 경영 및 인사 논의 의혹,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그룹간 홍보 차별 및 뉴진스 홀대, 음반 사재기, 노예계약 등을 두고 벌이는 갈등은 진정한 ‘멀티’가 아닌 전제들이 부재해 벌어지는 부작용에 가깝다. 급기야 외신에서는 ‘K팝 가부장제’를 꼬집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누가 옳고 그른지는 자극적인 언론전이나 대중과의 공감대 형성 싸움이 아닌 법정에서 가려져야할 일이다. 지금의 사태가 멀티레이블이라는 나름 선진적인 시스템의 안착 혹은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체계 구축을 위한 ‘성장통’이 될지, 어설픈 ‘부작용’으로 끝날지는 이제부터의 행보에 달렸다. 언론과 대중들을 부추기기 보다는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논의를, 그리고 두 측의 무차별 언론전에 무작위로 거론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에 대한 보호 체계를 가동시켜야할 때다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문화부장

[비바100] ‘천개의 파랑’ 박천휘 작곡가 “0과 1로 이뤄진 세상, 천천히 그리고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

2024-05-06 18:30

“제가 제일 처음 만든 곡이 콜리의 노래였어요. 소설 속에서 콜리가 세상에 처음 눈을 뜨는 순간이죠. 콜리는 칩이 잘못 끼워져 학습기능이 있는, 다른 로봇들은 1000개 단어밖에 모르는데 얘는 그 이상을 알고 싶어하는 로봇이에요. 그런 콜리가 다른 로봇들과 같이 화물차를 타고 가다가 처음으로 하늘을 보고는 ‘찬란하다’라는 말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을 노래로 만든 넘버죠.”‘천개의 파랑’(5월 12~2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의 박천휘 작곡가는 “넘버를 쓸 때 순서에 상관없이 제일 잘 보이는 것, 제일 정확하게 보이는 것부터 쓴다. 그러면 나머지 곡들도 블록처럼 끼워 맞춰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라며 “이 작품에서는 바로 이 장면이었다”고 밝혔다.“이 곡을 제일 먼저 쓰면서 고민은 로봇이 노래를 한다는 자체였어요. 과연 어떤 목소리로 노래할 것인지,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과제였어요. 전자음악을 하긴 해야하는데 로봇처럼 딱딱한 노래나 디지털 음악, 사이버 음악이어야 하나…(노래를) 안할 수는 없는데 어느 정도로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죠.”◇로봇 콜리가 처음 본 세상, 0과 1 그리고 ‘도’ ‘레’“그렇게 고민하다가 생각난 게 0과 1이었어요. 이제 막 눈을 뜬 로봇인 콜리에게는 다 0과 1일 거예요. 그래서 음계의 시작점인 ‘도’ ‘레’로 음악을 만들어봐야겠다 했죠. 사실 ‘도’ ‘레’만은 아니에요. 도미, 도파, 레파 등 그 위에 ‘미’ ‘파’도 짚었으니 정확한 의미의 ‘도’와 ‘레’만은 아니죠. 사실은 굉장히 많은 것들이 있지만 딱 두 개 음만을 가지고 왔다갔다는 하는 것처럼 구현된달까요.”이는 ‘뱀프’(Vamp)라는 작법으로 심플한 리듬 패턴을 반복해 멜로디 라인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박천휘 작곡가는 “그 부분이 노래 전체에 계속 나오며 지배한다”며 “반복되는 모티프가 지배하는 건데 ‘천개의 파랑’에서 0과 1이 모티프”라고 부연했다.“모든 곡을 쓸 때의 제 스타일이에요. 맨 앞에 있는 단순한 2~4마디 정도의 반주를 만들고 그 위에서 모든 걸 해보죠. 모티프적인 작곡인데 그 모티프는 인물의 감정이 핵심입니다. 콜리가 노래를 하기 위한 감정의 핵심은 무엇일까 고민했죠. 얘는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세상을 처음 봤어요. 흔들리는 차 안에서 본 하늘도 같이 흔들렸을 거예요.”그 흔들림과 그런 하늘을 보면서 느꼈을 콜리의 흥분된 상태 등을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 떠올린 모티프가 디지털의 이진법을 구성하는 숫자 0과 1이었다. 이 모티프는 박천휘 작곡가의 표현대로 “콜리의 노래 뿐 아니라 이후의 다른 곡에서도 모티프로 사용하는 식으로 인물들의 인과성을 만들고 서로를 연결시키는 일종의 퍼즐놀이”다. “뮤지컬 음악은 결국 연결돼요. 반복을 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죠. 극적인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같은 음악이 어떻게 반복되는지를 계산하는 게 뮤지컬 작곡의 핵심이라고 저는 생각하는 것 같아요.” ‘천개의 파랑’ 뿐 아니라 그가 넘버를 꾸린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작은 아씨들’ ‘트레인스포팅’ 등 역시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렇게 반복되는 멜로디와 속도의 변화로 변주되는 넘버들의 핵심은 오롯이 인물의 감정, 상황의 변화다. “이 작품은 콜리가 추락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해 추락으로 끝나요. 빨리 달려야만 하지만 다리가 아픈 투데이를 위해 스스로 추락하는 걸 선택하죠. 맨 마지막에 그 첫 추락이 또 나와요. ‘천개의 파랑’에서 보여주는 3번의 추락을 음악적으로 어떻게 다르게 보여줄까 고민이 많았어요. 반주 형태가 다를 뿐 멜로디는 같아요. 떨어지는 추락의 순간은 찰나잖아요. 그 찰나의 순간에 콜리는 하늘을 봐요. 처음처럼. 마지막으로 보는 것도 하늘이고 이 아이가 보는 그 순간을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서 그 주변의 음악을 만드는 거죠.” ◇영상과 퍼펫의 조화로 엮어낼 인간과 로봇, 동물의 연대 “제가 여태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위험한 작품인 걸 처음부터 알았어요. 제 의도들이 음악적 반복, 변주 등을 통해 얼마나 잘 표현될지 저도 기대 중입니다.”박천휘 작곡가가 이렇게 밝힌 ‘천개의 파랑’은 천선란 작가의 동명소설을 서울예술단이 무대화한 작품이다. 펜타곤 진호와 오마이걸 효정의 뮤지컬 데뷔작으로 박천휘 작곡가를 비롯해 김태형 연출, 김한솔 작가, 김혜림 안무가,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고동욱 영상디자인, 이지형 퍼펫디자이너 등이 의기투합했다.‘천개의 바랑’에서 퍼펫은 “로봇을 표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박천휘 작곡가는 “콜리가 로봇처럼 보이는 순간 이 작품의 맛이 안 살 것”이라며 “SF장르로 정확하게 가버리는 순간 뮤지컬로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SF와 뮤지컬은 상극인 장르거든요. 뮤지컬은 노래를 한다, 서정적인 정서를 표현한다는 약속이 있는 판타지인 반면 SF는 영화 등의 매체에서 실제적으로 구현되는 데 익숙한 장르거든요. 그래서 SF라는 장르에 집착하는 순간 노래를 하면 안되게 돼버려요. 그래서 퍼펫이 적절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이 작품의 장르는 SF가 아닌 것 같아요.”빠르게 기술들이 진보하는 미래, 경마장에도 사람들이 다칠까 혹은 무거워 한껏 달리지 못하는 말들이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휴머노이드 기수가 도입됐다. 더불어 화재 진압을 위해 인간대원들의 안전장비 보다는 로봇들에 더 많은 예산을 쏟아 붓는 시대를 배경으로 그 기술들과 미래가 배제하고 지나쳐버림으로서 희미해진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다. 한때는 최고 몸값을 자랑했지만 관절을 심하게 다쳐 빨리 달릴 수 없게 된 경주마 투데이, 누군가의 우연과 실수로 인지학습능력 칩이 장착돼 투데이의 고통이 느껴져 스스로 낙마하는 통에 하반신이 부서져 버린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윤태호·진호, 이하 가나다 순), 로봇 분야의 천재지만 넉넉지 않은 집안사정으로 꿈을 접어야만 하는 연재(서연정·효정), 어릴 적 병으로 장애를 갖게 돼 휠체어를 탄 은혜(송문선), 낡은 방화복 차림으로 화재현장에 출동했다 죽음을 맞은 남편에 대한 애도를 끝없이 반복하는 은혜와 연재의 엄마 보경(김건혜)…. 소외되고 상처입고 약해진 이들이 하반신이 부서진 채 버려진 콜리, 안락사를 당하기 직전의 투데이와 깊은 교감을 나누면서 연대하는 이야기다. 마냥 슬플지도 모를 상황에 처한 이들의 이야기지만 ‘천개의 파랑’은 때로는 쾌활하고 또 때로는 밝다. 미래의 이야기지만 차갑기 보다는 온기가 스며있기도 하다. “로봇인 콜리의 음악이 처음에는 되게 전자음악처럼 시작해요. 그 아이가 알고 있는 1000개의 단어들을 뱉어내는 자체도 한음의 멜로디를 쓰죠. 반주는 화려하지만 얘가 부르는 노래는 처음엔 진짜 로봇처럼 시작해요. 그리곤 바로 되게 서정적인 노래가 나와요. 콜리가 말을 달리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변주되죠.” 투데이와 함께 하는 기쁨에 쓰이는 멜로디가 고통의 노래로도 변주되는 음악에 대해 “전자적인 요소와 인간적인 요소를 모두 써서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지막 경주에서만큼은 가장 인간적인 합창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부연했다.“오히려 가장 아날로그스러운 사람의 목소리 합창이 위주가 된 그런 노래로 마지막 콜리와 투데이의 경주, 말에서 추락하는 콜리를 표현하고 있죠. 모든 음악이 세 번째 나오는 콜리의 추락, 그 한 순간을 위해 달려가는 느낌이에요. 그 한 순간의 꼭짓점을 위해 모든 음악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 순간 콜리의 희생에 약간 종교적인 느낌도 나는 것 같아요. 로봇이 희생을 한다는 게 되게 아이러니하잖아요.”극 중에는 크리스마스 합창, 박천휘 작곡가의 표현처럼 “경건하고 웅장한 성가 혹은 크리스마스 음악 느낌을 살린” 장면도 등장한다. “보경이 사고를 당하는 장면에 쓰이는 이 음악은 무반주 느낌의 크리스마스 합창”으로 표현된다. “아이러니죠. 어떻게 보면 가장 성스러운 순간에 보경은 끔찍한 사고를 당해요. (생존율) 3%, 그 가능성 때문에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아이들을 얻게 되고 또 그 남자를 잃게 되고 콜리가 서로 미안해서 말하지 못하던 세 모녀의 연결고리가 되는 과정이 한 자리에서 일어나요.”◇단 3%의 가능성,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 만드는 희망 “사실 ‘천개의 파랑’은 콜리의 눈으로 본 세상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콜리라는 인물 자체가 로봇이라기보다는 그냥 백지장 혹은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이 얘기를 처음 보자마자 영화 ‘이티’(E. T)가 떠올랐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 어떤 매개체에 의해 가족이 변하는 이야기, 걔가 건네주는 아무 것도 모르는 순수한 희망 같은 그런 이야기요.”최첨단 기술이 일상이 되고 로봇들이 등장하는, 인간마저도 인간답지 못한 세계에서 희망과 연대를 이야기하는 ‘천개의 파랑’ 음악에 대해 박천휘 작곡가는 “좀 다양한 속도의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달리는 말, 바쁜 현대인들의 삶 등이 경마라는 걸로 알레고리(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다른 것에 빗대어 설명하는 방식)화된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래서 천천히 달리기, 우리는 천천히 달리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작품의 중요한 메시지 같아요.”이 메시지는 막바지에 배치된 ‘천천히’에 담긴다. 박천휘 작곡가는 “음악적으로도 같은 테마가 빠르게, 느리게 속도를 달리하며 변화된다”고 전했다. 더불어 킬링넘버로는 콜리의 이름을 지어주는 ‘브로콜리’를,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는 1막 마지막 곡인 보경의 ‘3%의 가능성’을 꼽았다. “쇼 스토퍼(Show Stopper, 극 진행과 상관없이 화려하고 신나는 장면) 같은 ‘브로콜리’는 C-27이던 로봇이 왜 콜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넘버예요. ‘콜리’라는 이름이 반복되는, 아예 신나려고 작정하고 쓴 노래죠. 중간에 프로그래밍하면서 복잡한 음악도 나오고 재밌어요.”그가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꼽은 ‘3%의 가능성’은 보경 역의 김건혜 서울예술단원이 “노래를 받자마자 다 외워졌다”면서도 “도무지 이어지질 않아서 저는 미쳐가고 있는데 노래는 듣기에 너무 편하고 드라마가 되게 많이 들어 있어서 한동안 멘붕에 빠져 있을 정도”라고 호소했던 곡이기도 하다. “사실 노래라는 건 기본적으로 반복이에요. 모든 노래는 반복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거든요. 반복을 안 하는 음악이라는 걸 별로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보경의 이 노래를 만들면서는 좀 다르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살아 있는 매 순간이 이렇게 다 다른데 멜로디를 한번도 반복하지 않으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런데 그게 레치타티보(Recitativo) 같지 않고 노래 같이 들리면서도 후크가 되는 딱 한 부분만 반복을 쓰는 노래를 만들어 볼 수 있을까…그냥 또 도발적인 제 질문이었어요.”그는 “멜로디를 일부러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틀어서 조금씩 바꿨다”며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순간이 지나가는 것처럼 뭔가 박자도 엇박이고 음정에도 약간 이상한 도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곡을 쓰면서 많이도 울었어요. 3%의 가능성이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건 희망이라고 말하고 있거든요. 희망이라는 건 그런 거잖아요. 사실 연재, 은혜, 보경 등이 투데이에게 주려고 하는 건 겨우 두주의 삶이에요. 근데 그 두주의 삶이 있기에 그 다음에 희망을 걸게 되는 것 같아요. 두주 후에 투데이가 살아날 수도 있잖아요. 작지만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희망을 만드는 것이고 그것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천개의 파랑’은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이 순간에 대한 이야기죠.” hurlkie@viva100.com‘천개의 파랑’ 작곡가 박천휘(사진제공=서울예술단)‘천개의 파랑’ 포스터(사진제공=서울예술단)‘천개의 파랑’은 펜타곤 진호와 오마이걸 효정의 뮤지컬 데뷔작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연재 역의 서연정·효정, 콜리 진호·윤태호(사진제공=서울예술단)‘천개의 파랑’ 박천휘 작곡가(사진제공=서울예술단)‘천개의 파랑’ 연습현장(사진제공=서울예술단)‘천개의 파랑’ 콜리 역의 진호(왼쪽)와 연재 효정(사진제공=서울예술단)‘천개의 파랑’ 연재 역의 연정(왼쪽)과 콜리 윤태호(사진제공=서울예술단)‘천개의 파랑’ 작곡가 박천휘(사진제공=서울예술단)

[쁘띠리뷰] 참으로 클래식다운 유머! 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

2024-05-05 12:27

가히 대단한 자신감의 발로이자 그래서 가능한 기획이었다. 그리고 지극히 클래식답다.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eoul Spring Festival of Chamber Music)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Family Concert: Humoresque, 5월 4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는 각 분야의 대단한 비르투오소(Virtuoso)들의 조화가 돋보인 공연이었다. 사실 클래식으로 박장대소를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다. 이에 잦지 않은 기획이기도 하다. 하지만 클래식에는 작곡가들이 저마다의 방식대로 비틀거나 박자를 밀당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유머들을 숨겨두고 있다. ‘유머레스크’는 그 유머들을 연주자들의 연출을 곁들여 관객들과 공유하는 음악극이다. 음악 속 유머를 진중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내 온 피아니스트 주형기를 주축으로 마냥 진지하고 고요하게만 보였던 예술감독이자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마저 큰 웃음을 자아내는 데 나섰다. 더불어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MBC ‘나 혼자 산다’ 출연으로 눈길을 끌었던 대니구, 세계적인 비올리스트 신연 황과 김상진, 첼리스트 마리 할린크(Marie Hallynck), 피아니스트 무히딘 뒤뤼올루(Muhiddin Durruoglu)까지 한데 어우러졌다.공연이 시작하자마자 객석에서 전화벨이 울리고 졸면서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엘리제를 위하여’(Baratelle in A Minor, WoO 59 ‘Fur Elise’)를 연주하다 바닥에 널브러지면서도 손은 건반 위를 떠나지 않는다. 두 피아니스트가 자리부터 악보, 건반 등까지를 유리하게 차지하기 위해 혹은 더 튀기 위해 아귀다툼이다. 하이든의 ‘현악4중주 no. 2 The Joke-피날레, Op.33’(String Quartet No. 2 ‘The Joke’-Finale, Op. 33)은 끝낼 듯 끝내지 않고 마지막까지 장난질이다. 야마하 피아노는 신용카드를 긁어야만 열리고 은행 ARS처럼 원하는 번호를 선택해야만 연주할 수 있는가 하면 한정된 연주 시간도 연장할 수 있다. 연주를 하던 연주자들이 ‘혼자라 외롭다’ 통곡을 하는가 하면 ‘하하하’ 소리를 내며 크게 웃어젖히기도 한다. 속도를 올리며 익숙한 레퍼토리마저 새롭게 해석하더니 급기야 신연 황은 폴 힌데미트(Paul Hindemith)의 ‘비올라 솔로 소나타’(Sonata for Viola Solo No. 1, Op. 25, 4th mov.)를 1분 17초여만에 끝내며 환호를 이끌었다. 자칫 유치해질 수도 혹은 ‘감히’ 클래식과 작곡가를 희롱하거나 웃음거리로 전락시킨다는 오해 또는 분노를 유발할 수도 있을 유머들은 숙련된 연주자들로 인해 한껏 클래식다웠다. 웃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진지한 연주도, 코믹 연기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는 숙련된 연주자들로 객석의 웃음소리는 더욱 크고 선명해졌다. 그렇게 실력과 끼를 두루 갖춘 데다 서로에 대한 믿음까지 굳건한 베테랑들이 그리고 음악이 걸어오는 농담에 마냥 진지하고 엄숙하게만 연주되던 곡들은 ‘클래식다움’으로 객석에 박장대소를 선사했다. 다시 한번 반복하자면 가히 대단한 자신감의 발로이자 그래서 가능한 기획이었다. hurlkie@viva100.com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사진제공=축제사무국)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사진제공=축제사무국)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사진제공=축제사무국)

[B코멘트 in NY] 이번엔 이승택, 갤러리 현대 도형태 대표 “한 작가에 집중해 차근차근 해외로!”

2024-05-02 19:52

“예전에는 다양한 작가들을 소개했다면 2년 전부터는 솔로 프레젠테이션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도 있고 한국 작가, 미술에 대한 관심도도 아주 극명하게 올라갔거든요.”그렇게 “한 작가에 힘을 싣기 시작한”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가 프리즈 뉴욕 2024(Frieze New York, 5월 5일까지 The Shed)에서는 이승택 작가의 솔로부스를 꾸렸다. 92세에 지난 4월 20일 개막한 베니스비엔날레 팔라조 로레단에서 제임스 리 바이어스(James Lee Byars)와 함께 하는 전시로 호평받고 있는 이승택은 최근까지 진행됐던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현재 진행 중인 로스앤젤레스 해머미술관 ‘Only the Young: Experimental Art in Korea, 1960s-1970s’ 등에 이어 프리즈 뉴욕 2024에서 5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승택은 고드랫돌(발이나 자리 따위를 엮을 때에 날을 감아 매는 조금 길쭉하고 허리가 가늘게 생긴 돌)과 장승, 한지 등 민속적 재료를 활용하거나 물, 불, 바람, 연기, 불 등 비미술적인 재료를 전통 조각의 범주로 끌어들이는가 하면 묶음과 해체, 물질과 비물질 등으로 그 어떤 사조나 범주에도 얽매이지 않은 작품세계를 선보여 왔다. “1960, 70년대 작품들부터 신작들까지, 큰 스케일부터 포터블 사이즈까지 추려서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분들, 특히 구겐하임 전시를 보신분 들이 궁금해 하시거든요. 더불어 올초에는 이승택 선생님의 작품이 모마(MoMA, The Museum of Modern Art)에 컬렉션됐거든요.”이번 프리즈 뉴욕에서 선보인 그의 작품들은 고드랫돌, 한지, 노끈 등 한국 고유의 재료들로 구현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의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신조는 작품에 대한 호응도로 꾸준히 입증돼 왔고 이번 프리즈 뉴욕에서도 역시 그렇다. “동양적인 재료를 많이 쓰셨지만 돌, 세라믹, 캔버스, 로프 등은 전세계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죠. 이 선생님의 작품을 보시는 분들 역시 평범한 재료들로 파격적인 작업을 한 데 놀라움을 표하곤 합니다. 더불어 이 작업들이 2000년대가 아닌 1960, 60년대의 것이라는 데 또 놀라죠. 제가 처음 선생님 작업실에 갔을 때도 그랬어요. 진짜 기절초풍할 일이랄까요. 그런 맥락 때문에 세계 미술사에서도 이승택 작가님을 자꾸 비교·분석한다고 생각해요.”“이미 팔려나간 작품도 적지 않다” 귀띔한 도 대표는 이어 “그렇게 프리즈 뉴욕을 기반으로 차근차근 해외 무대로 진출하고자 한다”며 “마시밀리아노 지오니(Massimiliano Gioni) 뉴 뮤지엄(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 관장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한국 작가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hurlkie@viva100.com베니스비엔날레 전시에 이어 프리즈 뉴욕에 이승택 작가를 단독으로 선보이는 갤러리현대 부스(사진= )베니스비엔날레 전시에 이어 프리즈 뉴욕에 이승택 작가를 단독으로 선보이는 갤러리현대 부스(사진= )베니스비엔날레 전시에 이어 프리즈 뉴욕에 이승택 작가를 단독으로 선보이는 갤러리현대 부스(사진= )베니스비엔날레 전시에 이어 프리즈 뉴욕에 이승택 작가를 단독으로 선보이는 갤러리현대 부스(사진= )베니스비엔날레 전시에 이어 프리즈 뉴욕에 이승택 작가를 단독으로 선보이는 갤러리현대 부스(사진= )

[B그라운드 in NY] ‘황홀하게’ 북미 데뷔! 양혜규 ‘황홀망’, 프리즈 뉴욕 VIP 첫날 완판

2024-05-02 19:52

그야말로 문전성시였다. 뉴욕 미술시장의 ‘메인 세일 시즌’(Main Sale Season)이라 불리는 프리즈 뉴욕 2024(Frieze New York, 5월 5일까지 The Shed)이 5월 1일(현지시간) 개막했다. 얼리버드 티켓이 일찌감치 매진되며 높은 관심도를 입증했던 프리즈 뉴욕은 첫날인 VIP데이 오픈시간(11시) 전부터 관람객들로 붐볐다. 출입구부터 길게 줄이 늘어섰으며 갤러리 부스 역시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하우저앤워스(Hauser&Wirth), 타테우스로팍(Thaddaeus Ropac), 에스더 시퍼(Esther Schipper), 가고시안(Gagosian),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 등과 더불어 국제갤러리, 갤러리 현대 등 한국 갤러리들까지 25개국 60여 갤러리가 부스를 차려 관람객들을 맞았다.이번 프리즈 뉴욕에서 한국의 국제갤러리와 갤러리 현대는 각각 양혜규와 이승택의 솔로 부스를 차려 집중 조명한다. 이 중 국제갤러리는 한국은 물론 뉴욕 현대미술관(MoMA),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독일 슈투트가르트 주립 미술관, 영국 테이트 등 글로벌 유수 기관과 갤러리들이 열광하는 양혜규의 ‘황홀망’(恍惚網) 연작 11점을 선보인다. ‘아롱 연무 선녀 강하 넋터-황홀망恍惚網 #221’ ‘향 수묵 지질학 넋터-황홀망恍惚網 #223’ ‘아롱 무지개 해왕 승천 넋터-황홀망恍惚網 #224’ 등 3~4만 유로 선에서 가격대가 형성된 11점 중 8, 9점이 프리세일되더니 VIP 첫날 완판을 기록했다.국제갤러리 관계자의 귀띔처럼 “북미에서 처음 선보이는” 양혜규의 ‘황홀망’은 2021년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 후 꾸준히 진화하고 확장해온 연작이다. 평면 매체에 대한 작가의 근원적인 관심을 반영하는 시리즈로 다양한 종류의 전통 종이를 결합한 콜라주 작품들이다. 연작의 출발점이었던 한국 전통 샤머니즘 뿐 아니라 멕시코의 파펠 피카도(Papel Picado), 슬로바키아, 중국의 소수민족인 몽족, 일본 등 전세계 샤머니즘이 융합된 형태로 진화했다. 재료 역시 한지에서 일본의 화지(和紙), 중국의 추피지(楮皮紙) 등 다양한 국가, 민족 등 샤머니즘에서 사용되는 것들로 다양해졌다. 이번 프리즈 뉴욕에 전시된 작품들은 페어 속 전시처럼 구성됐다. 화려한 색감과 대형 사이즈, 유명세 등으로 무장한 작품들 사이에서 한지와 나무로 꾸린, 언뜻 상여나 제단처럼 보이는 틀에 ‘황홀망’들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익숙하지 않은 끌림에 부스로 들어서면 작품을 비롯해 한국을 비롯한 프랑스 파리 샹탈 크루젤 갤러리(Galerie Chantal Crousel), 베를린의 바바라 빈 갤러리(Babara Wien Gallery) 등 이전에 선보인 ‘황홀망’과 전시 때마다 발행했던 책자까지 아카이빙돼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양혜규의 평면에 대한 실험과 관심은 이번 프리즈 뉴욕을 시작으로 9월 아트 클럽 오브 시카고(Arts Club of Chicago)에서 열리는 개인전 ‘평평한 작업 2004-2024’(Flat Works 2004-2024)로 이어진다. 이 개인전에서는 ‘황홀망’을 비롯한 ‘래커 회화’ ‘신용양호자들’ ‘야채 판화’ 등 20여년 간 다양하게 탐구해온 평면 연작들이 전시될 예정이다.뉴욕= hurlkie@viva100.com첫날부터 줄을 길게 늘어선 프리즈 뉴욕 2024 풍경(사진= )첫날부터 문전성시를 이룬 프리즈 뉴욕 2024 전경(사진= )프리즈 뉴욕 2024 첫날부터 매진된 국제갤러리 양혜규 ‘황홀망’ 연작(사진= )프리즈 뉴욕 2024 첫날부터 매진된 국제갤러리 양혜규 ‘황홀망’ 연작(사진= )프리즈 뉴욕 2024 첫날부터 매진된 국제갤러리 양혜규 ‘황홀망’ 연작 아카이브(사진= )프리즈 뉴욕 2024 첫날부터 매진된 국제갤러리 양혜규 ‘황홀망’ 연작(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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